◆ 관광객이 들끓는 속에 어울리니 쉰다는 것은 말 뿐이다.

*1996년 7월 27일 비 흐림 토요일 (여행 30일째)

암스텔담

여행 중 처음으로 게으름에 빠졌다. 느지막이 일어났다.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12시쯤 전차를 타고 중앙역으로 갔다. 2시 40분에 시티투어가 있었다. 한시간 이상의 시간이 있어서 우리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증권거래소 뒤쪽에 있는 대성당으로 갔다. 첨탑이 우뚝한 대성당 안에 렘브란트 부인의 묘가 있다고 해서 갔는데 많이 파손된 성당내부는 썰렁했다.

당초 카톨릭 성당이었던 구교회

구교회 내 렘브란트의 아내 사스키아의 묘

낮 한시가 조금 지난 시간인데 성당주윈 온통 홍등가여서 브래지어와 팬티만 입은 창녀들이 붉은 형광등이 켜져 있는 성냥곽 같은 공간에 앉아있다. 창녀들은 젊은 아가씨만이 아니라 나이가 든 창녀도 있었다. 낮인데도 손님이 찾아온 창녀는 훤한 유리창에 친 커튼을 아무렇지 않게 확 친다. 그리고 불이 꺼진다. 너무 놀라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공창이었다. 말로만 듣던 섹스 숍도 무더기로 있다. 갖가지 기구가 자랑이라도 하듯 당당하다. 민망해서 대충 보며 지나갔다.

암스텔담의 성 니콜라스 교회

멀리 중앙역이 보이는 운하

암스테르담은 무척 화려한 도시다. 운하가 날줄과 씨줄처럼 얽혀있고 그 운하를 따라 지어진 붉은 벽돌집들과 곳곳의 푸른 숲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젊은이들이 도시를 더욱 멋지게 하고 주말의 인파가 댐광장을 중심으로 절정을 이룬다. 오후 6시 30분에 우리는 운하관광을 했다. 60여 개의 운하와 1000여 개의 다리가 있는 암스테르담의 운하 관광은 아주 인상적이다. 운하를 끼고 있는 화려한 건물들과 활기 넘치는 암스테르담의 거리풍경은 흑인들이 많아서 조금은 산만하고 들떠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생동감 있어 좋다.

암스텔담의 중심인 담 광장

당초 시청사로 지어진 왕궁

밤 10시쯤, 야경을 보러 다시 시내로 나왔다. 렘브란트 광장의 야외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야경을 즐기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생각보다 암스테르담의 야경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암스테르담의 야경이 화려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렘브란트의 유명한 그림 '야경'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화려한 야경은 따로 있었다. 낮에 들렀던 댐광장 주변 공창의 야경이었다.

관광객들이 핑크빛 사창가 골목골목을 누비며 구경하고 있었다. 낮에 보다 더 야한 옷을 입은 창녀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거나, 껌을 씹거나, 담배를 피우며 불빛에 큰 가슴을 드러내놓고 야하게 웃고 있다. 유혹적인 침대와 세면대가 사창가 분위기를 더 원색적이게 한다. 창녀들은 세금을 내고 하는 영업이라서 당당하단다. 뱀 몸집 같은 사창가 골목은 구불구불 끝이 없고 불빛에 얼굴이 벌게 진 관광객이나 창녀들이나 모두 무언가에 홀린 듯 제정신이 아니었다.

[목 차]  [전날 1996년 7월 26일]  [다음날 1996년 7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