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테보리의 차분함을 뒤로 하고 햄렛의 크론보그으로

*1996년 7월 22일 월요일 맑음 (여행 25일째)

 

주행거리 349㎞,예테보리-코펜하겐, 주유량 30.12ℓ, 금액 SEK250-

깨끗하고 소박한 스웨덴 농가에서 편안한 아침을 맞았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 아침 일을 시작하는 농부의 잰걸음,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개가 짖는다. 잡다한 삶의 소리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정다운 저 소리들. 삶이란 바로 이런 것인데…. 지극히 평범한 진리가 새삼스레 스웨덴 농가에서 정감 있게 다가온다. 예감 좋은 아침이다.

지난 밤을 지낸 농가의 민박 집

구스타프 아돌프 광장

날씨는 쾌청하고 아침 8시 일찍 농가를 출발해서 예테보리로 가는 넓은 고속도로를 140㎞이상으로 달리는 기분이 상쾌하다. 스웨덴 제2의 도시로 항구를 끼고 발달한 예테보리는 생각보다 조용한 도시였다. 스웨덴의 상징 볼보자동차 본사가 있는 경제 도시로 구스타프 아돌프 광장이나 도시의 번화가인 예타 광장 등 그리 크지 않은 도시가 깔끔한 인상을 준다. 예테보리는 18세기 동서교역의 중심지로 발전해온 항구도시로 운하를 끼고 있는 석조건물들이 그 당시를 말해준다. 볼보자동차 본사가 있는 곳으로 갔다. 전시장엔 초기의 볼보자동차부터 최신형까지 전시해 놓고 있었다. 평소 볼보차를 좋아하는 남편은 이 전시장을 꼼꼼히 돌아본다. 자동차에 관심이 없는 나는 또 다른 곳으로 마음이 가고…. 유별나지 않고 알찬 예테보리의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남편은 말한다.

예테보리의 중앙 기차역

밀레스의 조각이 있는 예타 광장

도시 중심에 있는 쇼핑몰에서 스웨덴의 대표적인 민예품인 빨강 목각 말 세트 달라헤스트를 기념으로 샀다. 그리고 휴대하기 편리한 취사용 전기 불판도 샀다. 돌아갈 때까지 취사용으로 긴요하게 쓸 수 있을 같다. 공동취사장에서 밥을 짓는 번거로움에서 놓여날 수 있어서 좋았다. 햄버거로 점심식사를 하고 스웨덴을 떠날 준비를 했다.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기 위해 260㎞ 떨어진 헬싱보리까지 가야한다. 서둘러 출발했다. 2시간 30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에어컨 없는 차의 고충을 실감했다. 추워서 힘들다고 투덜대던 때가 벌써 옛날이 되고 이젠 더워서 쩔쩔 매고 있는 우리. 이래저래 여행을 고난의 연속인가보다.

헬씽보리에 도착하니 4시20분에 덴마크로 떠나는 페리가 바로 있었다. 우리는 기다리지 않고 승선할 수 있었다. 스웨덴과도 안녕이다. 스웨덴의 첫인상이 된 말뫼의 풍경도, 아름다운 고성들도, 스톡홀름까지 가면서 보았던 삶의 모습들도, 물의 도시 스톡홀름의 특별한 매력도 그리고 오늘 아침에 떠나온 농가의 모습도 선명하게 내 안에 새겨진다.

에어슨 해협 페리에서 본 크론보그 성

헬싱괴르의 크론보그 성

스웨덴과 덴마크는 에어슨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있다. 해협의 거리는 5㎞여서 페리는 20분만에 햄릿의 무대로 유명한 크론보그성이 우뚝한 덴마크의 헬싱괴르에 도착했다. 페리에서 내려 곧바로 햄릿 성으로 갔으나 5시가 넘은 시각이어서 성의 내부는 볼 수 없었고 성내의 광장들과 성벽을 따라 걸으며 방금 떠나온 스웨덴 헬싱보리의 풍경들을 해협건너로 바라볼 수 있었다. 성밖에 있는 아름다운 오피리어 동상에서 우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크론보그성을 떠났다.

크론보그 성벽의 섹스피어 상

크론보그 성 밖의 오피리어 동상

헬싱괴르는 항구와 철도역과 버스터미널이 한 곳에 있어서 관광객들로 북적된다. 코펜하겐의 게스트하우스로 전화를 했다. 지난 6월 30일에 게스트하우스를 떠나면서 예약을 했었는데 예정보다 이틀 빨리 왔기 때문에 사정이 어떤가 해서다. 민박집 주인은 OK란다. 이젠 안심이다. 우린 44㎞떨어진 코펜하겐까지 고속도로가 아닌 바다를 끼고 있는 해안길은 따라 가기로 했다. 해안길의 풍경이 아름답다는 정보를 준 인포메이션 여직원의 말대로 석양의 해안길은 퍽 낭만적이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달리는 우리는 바다로 떨어지는 붉게 타는 낙조를 보았다. 우리의 여행도 붉게 타는 낙조처럼 대미를 향해 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에 민박집에 도착했다. 23일 만에 다시 온 민박집. 서울의 내 집에 온 듯 편안하다. 다시 보는 청색바탕에 잔꽃 무늬가 잔잔한 침대보가 반갑다. 눈에 익은 소파에 몸을 묻는다. 그리고 창밖의 무성한 나무 숲을 바라본다. 나뭇잎들이 반갑다는 듯 마구 흔들어 댄다. 이 편안함이란. 이틀을 묶을 예정이다. 오랫만에 TV를 켰다. 아틀란타 올림픽 특집이 한참이다. 아∼ 세상 속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 아득한 별로의 여행에서 돌아온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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