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더하기 5㎞의 긴 터널을 지나 플름을 거쳐 오슬로로

*1996년 7월 19일 금요일 맑음 (여행 22일째)

 

베르겐-오슬로, 주행거리 512㎞, 주유량 32.50ℓ, 금액 NOK288-

  아침 8시에 베르겐을 출발했다. 드디어 오슬로 입성이다. 오늘의 일정은 보스(Voss)를 거쳐 플롬(Flåm)으로. 노르웨이의 관광명소 플롬에서 산악열차를 타고 뮈르달(Myrdal)까지 갔다가 돌아와 오슬로로 향하는 긴 여정이 예정되어있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어제의 일(차를 찌그러트린 일)도 있고 해서 서둘지 않기로 하고 베르겐을 출발했다. 2박3일간 머문 베르겐을 떠나는 마음이 또 섭섭하다. 그러나 오슬로에 가깝게 간다는 사실이 더 좋았다. 많이 지쳤는지 오슬로란 말에도 집이 가까워진 듯해서다. E16 도로를 타고 보스를 향해 남쪽으로 달렸다.

송네 피오르드는 경치가 좋은 곳으로 유명하지만 노르웨이 최북단 노르카프에서부터 기막힌 절경들을 보고 온 우리는 안다. 노르웨이는 온 국토가 모두 절경이라는 것을. 피오르드나 빙하, 기기묘묘한 산악미와 자연,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마을의 집들과 피오르드에 떠있는 배들, 그 위를 나르는 갈매기들과 쪽빛 하늘, 어느 것 하나도 기막히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는 나라다. 적어도 내가 본 노르웨이는 그렇다.

베르겐에서 2박을 한 민박 집

플름의 기차 역사

우리는 아슬아슬 위험한 길을 달리기도하고, 10㎞가 넘는 굴을 계속 지나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피오르드를 따라 발달한 마을을 돌아나오기도 하고, 절경에 넋을 잃기도 하면서 플롬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30분이었다. 하늘의 구름은 거쳤고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주말이어서 플롬∼뮈르달 산악열차를 타려는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다. 브릭스달에서 시작된 빙하 관광은 플름 산악열차에서 끝난다. 송네 피오르드의 짙은 초록빛 물색과 백색의 우아한 유람선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11시 25분에 출발하는 산악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여유로운 모습들이다.

플름 기차 프래트홈

산악 열차 내부

뮈르달행 산악열차는 해발 867m까지 20여㎞의 깎아지른 계곡을 곡예 하듯 올라간다. 굉음을 내며 쏟아지는 폭포 앞에서 열차는 가던 길을 멈추고 관광객을 쏟아낸다. 열차에서 내린 관광객들은 장관에 숨을 죽인다. 이런 절벽에 철도를 놓은 노르웨이 사람들. 역시 용맹스런 바이킹의 후예답다. 노르웨이 자연 앞에선 자꾸 말을 아끼게 된다. 깊고 무한 할 뿐, 더 무어라 표현한다는 것이 부질없다.

높이가 93m인 쇼스 폭포

미르달 기차 역사

이 산악열차가 다시 뮈르달에서 플롬으로 돌아오는데 50분이 걸린다. 우리 앞에 유태인 부부가 4명의 자녀를 데리고 앉았다. 3명의 딸과 2살쯤 돼 보이는 아들이 막내다. 큰 키에 마르고 길쭉한 부부를 닮아 아이들이 모두 마르고 길쭉하다. 플롬역에 도착할 때까지 어찌나 부부와 아이들이 다정한지 장관인 경치만큼이나 감동적이다. 빵과 팬케이크를 점심으로 사들고 온 이들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었다. 아빠의 다정다감한 목소리와 표정, 자꾸 어루만져주는 손길, 끝 없은 아이들의 질문에 웃음 가득 머금고 대꾸해주는 엄마와 아빠. 내가 과자를 주며 코리아 쿠키라고 했더니 서울에 1주일 머문 적이 있다며 반긴다. 스웨덴에 살고 있으며 가족이 차로 여행중이라고. 나도 이스라엘을 일주일간 여행했다고 하니깐 그들도 좋아한다. 그 남자는 여행 중에도 유대인 특유의 작은 빵떡모자를 쓰고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것 중에 으뜸이 가족인데 유대인부부와 아이들도 참 아름다웠다. 플롬역에서 헤어지면서 우리부부는 그들의 행복한 여행을 마음으로 기원해 주었다.

늦은 점심을 먹는 카페테리아에서 젊은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런던에서 1년을 근무하다 귀국하는 길에 노르웨이를 여행하고 있다고. 두 딸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젊은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는 식사를 같이하고 헤어졌다.

오후 3시. 드디어 오슬로를 향해 출발했다. 오슬로까지는 330㎞를 달려야한다. 올챙이 모양의 노르웨이를 종단하는 우리에게 오슬로는 곧 여행의 대미를 의미한다. 지구의 북쪽 끝인 노르웨이의 노르카프로 가기 위해 여러 나라를 거치며 11일을 달려갔고 다시 노르카프를 떠나 오슬로로 오는데 11일이 나 걸렸다. 22일간을 험준한 산악과 수없이 많은 피오르드를 따라 달려야했던 우리는 노르웨이 여행에서 얻은 값진 보석을 가슴에, 눈에, 머리에 담고 마지막 기착지 오슬로를 향해 달리고있다. 여러 번의 고비와 비오는 굳은 날씨로 몸도 마음도 힘든 여행이었다. 그러나 집으로 가고 있다는 심리가 몸살기운으로 목이 뜨끔거려 마이신을 먹으면서도 새 기운을 솟게 한다.

저녁 8시 30분쯤에 오슬로에 도착했다. 드디어 오슬로 입성이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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